루가 10:1-9 / 복음사가 루가
그 뒤 주께서 달리 일흔두 제자를 뽑아 앞으로 찾아가실 여러 마을과 고장으로 미리 둘씩 짝지어 보내시며 이렇게 분부하셨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달라고 청하여라. 떠나라. 이제 내가 너희를 보내는 것이 마치 어린 양을 이리떼 가운데 보내는 것과 같구나.
다닐 때 돈주머니도 식량 자루도 신도 지니지 말 것이며 누구와 인사하느라고 가던 길을 멈추지도 마라.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먼저 ‘이 댁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인사하여라. 그 집에 평화를 바라는 사람이 살고 있으면 너희가 비는 평화가 그 사람에게 머무를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주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 그 집에 머물러 있어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집 저 집으로 옮겨다니지 마라. 어떤 동네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환영하거든 주는 음식을 먹고 그 동네 병자들을 고쳐주며 하느님 나라가 그들에게 다가왔다고 전하여라.”
# 오늘의 묵상: 동행
‘떠나라’는 단어가 눈에 콕 박혀서 서둘러 보지만, 막상 어디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또 무엇에서부터 떠나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막막함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끔찍했던 지난여름 열기를 뒤로한 채, 혹독한 겨울을 향하는 길목에 서서, 단풍이 세상을 곱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그 고운 단풍잎 하나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점점이 박혀있는 검은 점과 흠집이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내 모습과 어쩌면 똑 닮았습니다. 칠십 가까이 굴곡진 삶을 살면서 잘못된 자세와 습성으로 인한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나 는 요즘입니다.
사실 오래전에 그 원인이 외부 환경보다는 자신 안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를 바꾸려는 시도를 수도 없이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작심삼일, 내겐 그것을 지켜나갈 힘이 없으니, 이렇게 떠나야 할 것이 명확해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앞에 이제는 시도할 의지조차 낼 수가 없는 듯합니다. 그때 언뜻 신발 끈을 매고 계시는 예수님을 발견하였습니다.
아, 주께서 벌써 떠날 채비를 하고 앞장서실 터이니, 결코 나 혼자 가는 길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나는 그저 내 안에 현존하시며 활동하시는 하느님께 동의하며, 내 참 자아가 예수 그리스도 이심을 믿고 따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 오늘의 기도
성령이여, 나를 늘 새롭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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