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 6:43-49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어떤 나무든지 열매를 보면 그 나무를 알 수 있다.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딸 수 없고 가시덤불에서 포도를 딸 수 없다.
선한 사람은 선한 마음의 창고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사람은 그 악한 창고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속에 가득 찬 것이 입 밖으로 나오게 마련이다.”
“너희는 나에게 ‘주님, 주님!’ 하면서 어찌하여 내 말을 실행하지 않느냐? 나에게 와서 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가르쳐주겠다. 그 사람은 땅을 깊이 파고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 홍수가 나서 큰 물이 집으로 들이치더라도 그 집은 튼튼하게 지었기 때문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내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는 사람은 기초 없이 맨땅에 집을 지은 사람과 같다. 큰물이 들이치면 그 집은 곧 무너져 여지없이 파괴되고 말 것이다.”
# 오늘의 묵상: 나무의 삶
지난 2020년 여름, 큰 장맛비로 인해 서울주교좌성당에 서 있던 회화나무가 쓰러졌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수많은 분이 안타까워했습니다. 지친 영혼에게 고풍스러운 성당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 옆에 우뚝 서 있던 회화나무도 한 몫했습니다. 지친 마음을 갖고 성당을 찾던 이들에게 그 나무는 넉넉한 품이 되었지요. 그런 나무가 장맛비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때를 마지막으로 그 회화나무는 우리들의 기억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그 회화나무를 다시 만났습니다. 주교님의 초대로 주교관을 방문했을 때, 그 나무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모습 그대로 긴 회의 탁자로 변해 있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탁자를 어디에서 구했느냐고 물으니, 장맛비로 쓰러진 회화나무를 다듬어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그 나무는 쓰러졌지만 사라지지 않고 다른 모양으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나무는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줍니다. 여름철 무성했던 이파리는 떨어져 나무 밑에 차곡히 쌓여 겨울의 한파로부터 뿌리를 지켜줍니다. 열매라도 있을 것 같으면 그것은 이웃한 존재들의 든든한 먹거리가 됩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목재로, 가구로, 땔감으로 또는 이웃한 존재의 거름으로 사용됩니다. 하나도 남김없이 이웃한 존재와 땅을 위해 봉사합니다. 나무의 삶의 여정은 그랬습니다. 자기를 드러내고 인정받으려 애를 쓰지도 않습니다.
말없이 묵묵히 하늘 향해 뻗어가며 주어진 자리를 지킵니다. 그래서 이름을 ‘나무’라 지었나 봅 니다. ‘나는 없다’라는 뜻의 나무. 그런 나무를 보며,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품어봅니다. 내 안의 나는 죽었고 그 자리에 우리의 주님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살고 계십니다. 오늘도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나무 한 그루로 살아갑니다.
# 오늘의 기도
주님, 제게 주어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이웃한 존재와 세상을 위해 사용케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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