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2:20-32
명절 때에 예배를 드리러 올라왔던 사람들 중에는 그리스 사람도 몇이 있었다. 그들은 갈릴래아 지방 베싸이다에서 온 필립보에게 가서 “선생님, 예수를 뵙게 하여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필립보가 안드레아에게 가서 이 말을 하고 두 사람이 함께 예수께 가서 그 말을 전하였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이 큰 영광을 받을 때가 왔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며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있는 곳에는 나를 섬기는 사람도 같이 있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높이실 것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 마음을 걷잡을 수 없으니 무슨 말을 할까? ‘아버지, 이 시간을 면하게 하여주소서.’ 하고 기원할까? 아니다. 나는 바로 이 고난의 시간을 겪으러 온 것이다. 아버지,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소서.” 그 때에 하늘에서 “내가 이미 내 영광을 드러냈고 앞으로도 드러내리라.” 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거기에 서서 그 소리를 들은 군중 가운데는 천둥이 울렸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천사가 예수께 말하였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이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를 위해서 들려온 음성이다. 지금은 이 세상이 심판을 받을 때이다. 이제는 이 세상의 통치자가 쫓겨나게 되었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 높이 들리게 될 때에는 모든 사람을 이끌어 나에게 오게 할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 오늘의 묵상: 마음을 걷잡을 수 없는 간절한 기도
마음을 걷잡을 수 없어 무슨 말로 기도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은 그만큼 간절하고 또 간절한 상황일 것입니다. 삶 가운데 이토록 간절히 하느님께 매달려 본 적이 있는지, 또 하느님이 내 삶을 주관하신다는 것을 온전히 믿으면서 기도했는지 되돌아봅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인지 수년 전에 하느님께 처절히 매달렸던 시간을 또렷이 기억하며 요즘도 가끔 꺼내어 봅니다.
그 해 겨울밤, 밤새 호흡이 거칠고 빨라졌으나 옆에서 자는 아내를 깨우지 못했습니다. 한밤중 응급실에 가자고 하기에 미안했고 그 우둔한 고집은 어디서 비롯됐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느님, 아직은 더 살고 싶습니다." 식은땀과 함께 이 단순하고 명료한 기도를 몇 시간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몸은 회복되지 않았고 기도 내용은 저도 모르게 바뀝니다. "제 가족은 보살펴 주십시오." 다음날 오후 응급병실에서 마취에서 깨어난 저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창밖의 매서운 추위와는 달리 병실에 스며드는 햇살, 흰색 침대 그리고 환자복은 한데 어우러져 한없이 따스했고, 호들갑 떨지 않으며 잔잔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아내가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죽지 않고 살았구나. 좀 더 잘 살아보라고 데려가지 않으셨구나. 하느님께 감사했습니다.
그 병실은 제게 진정 천국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신에게 한없이 의지하고 간절히 매달리던 시간 동안 제 기도는 작고 단순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동안 허황하고 복잡한 것들을 좇아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오늘의 기도
하느님, 하느님께 한없이 의지하고 단순하게 기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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