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 10:26-37
예수께서는 “율법서에 무엇이라고 적혀 있으며 너는 그것을 어떻게 읽었느냐?” 하고 반문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여 주님이신 네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 하였습니다.” 이 대답에 예수께서는 “옳은 대답이다. 그대로 실천하여라. 그러면 살 수 있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율법교사는 짐짓 제가 옳다는 것을 드러내려고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은 그 사람이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고 마구 두들겨서 반쯤 죽여놓고 갔다. 마침 한 사제가 바로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 사람을 보고는 피해서 지나가 버렸다. 또 레위 사람도 거기까지 왔다가 그 사람을 보고 피해서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길을 가 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그의 옆을 지나다가 그를 보고는 가엾은 마음이 들어 가까이 가서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매어 주고는 자기 나귀에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서 간호해 주었다.
다음날 자기 주머니에서 돈 두 데나리온을 꺼내어 여관 주인에게 주면서 ‘저 사람을 잘 돌보아 주시오. 비용이 더 들면 돌아오는 길에 갚아드리겠소.’ 하며 부탁하고 떠났다. 자, 그러면 이 세 사람 중에서 강도를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준 사람은 누구였다고 생각하느냐?” 율법교사가 “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푼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 오늘의 묵상: 돌멩이를 내려놓으며
교회는 신앙공동체이지만 세상 사람들의 모임이라 가끔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일이 제대로 풀리면 교회가 곧 평온을 되찾게 되는데 사후 처리를 하다가 자칫 일이 꼬이면 공동체 안팎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오늘의 말씀을 묵상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 느닷없이 몇 달 전 시작된 교회 안의 문제가 떠올랐습니다. 오랜 봉사자가 원인 제공자여서 안타까웠었는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소문을 듣고는 일이 쉽게 풀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교회위원 몇 사람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사후 대책을 논의했는데 신자들의 편익을 염두에 두고 결론을 짓다 보니 한쪽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부당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교회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측과 신앙공동체의 본질인 하느님의 정의와 예수님의 이웃사랑에서 벗어나는 결정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측이 맞서 서로 타당한 이유를 주장하며 상대방을 비방하느라 교회 안이 시 끄러워졌습니다.
“강도를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준 사람은 누구였다고 생각하느냐?” “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푼 사람입니다.”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수십 번 읽으며 말씀에 집중하려 애썼지만 교회 문제와 맞물리며 어지러움을 느꼈습니다. 다만,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사람들을 돌로 치라는 주님의 음성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아 마음의 손에 들려있던 제 돌멩이를 슬그머니 내려놓으며 주님의 뜻에 합당한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도했습니다.
# 오늘의 기도
주여,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주님 뜻에 합당한 결과에 이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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