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3:34-39 / 스테파노
나는 예언자들과 현인들과 학자들을 너희에게 보내겠다. 그러나 너희는 그들을 더러는 죽이고 더러는 십자가에 매달고 또 더러는 회당에서 채찍질 하며 이 동네 저 동네로 잡으러 다닐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무죄한 아벨의 피로부터 성소와 제단 사이에서 살해된 바라키야의 아들 즈가리야의 피에 이르기까지 땅에서 흘린 모든 무죄한 피 값이 너희에게 돌아갈 것이다.
분명히 말해 둔다. 이 모든 죄에 대한 형벌이 이 세대에 내리고야 말 것이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너는 예언자들을 죽이고 너에게 보낸 이들을 돌로 치는구나. 암탉이 병아리를 날개 아래 모으듯이 내가 몇 번이나 네 자녀를 모으려 했던가. 그러나 너는 응하지 않았다.
너희 성전은 하느님께 버림을 받아 황폐해지리라.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이여, 찬미받으소서.’ 하고 너희 입으로 찬양할 때까지 너희는 정녕 나를 다시 보지 못하리라.”
# 오늘의 묵상: 황폐해져 가는 성전
몇 해 전에 건강이 악화되어 가쁜 숨을 고통스럽게 몰아쉬며 밤을 꼬박 새운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건강은 잘 회복되었지만, 그 이후부터 비 온 다음날 아침 출근길은 더디어졌습니다. 콘크리트 위에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흙으로 옮겨 주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렁이가 너무 많아서 못 본 척 지나가다가도, 녀석이 느끼고 있을 고통 그리고 뙤약볕에 죽어 가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결국 발걸음을 되돌리곤 합니다.
비가 그치면 지렁이가 자연스럽게 흙으로 돌아갈 터인데, 인간이 만든 콘크리트 때문에 죽게 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지렁이가 흙을 기름지게 하고 흙 속에 산소 공급을 돕는다고 하니, 지렁이가 없어지면 곧 나도 사라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릅니다.한편, 올여름 힘겨운 숨을 몰아쉬는 또 다른 생명체, 지구를 마주 했습니다. 시원한 사무실에서 내려다본, 폭염 속 여의도 공원은 적막 그 자체였습니다.
점심시간마다 산책하던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실내로 숨었고 공원은 텅 비었습니다. 사람이 버리고 간 공원에는 나무들만이 덩그러니 남아 사람이 만들어 낸 찜통더위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비 온 뒤 콘크리트 위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지렁이와 같은 모습으로.지렁이, 지구 그리고 사람이 한데 어우러지는 세상. 이것이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성전일텐데, 지금 무너져 가고 있는 성전은 얼마나 더 버텨낼 수 있을까요?
에어컨 바람 뒤에 더는 숨지 않고 나와서, 지렁이와 지구를 비롯한 모든 피조물을 향해 진심으로 평화의 인사를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묵상해 봅니다. 성전이 더 황폐해지기 전에.
# 오늘의 기도
사랑의 하느님, 모든 피조물이 한 곳에서 왔고 그 속에 주님의 숨결이 깃들어 있음을 늘 잊지 않게 하소서. 그리고 주님이 주신 소중한 성전을 온전히 보존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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