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21:19하-24
이 말씀을 하신 뒤 예수께서는 베드로에게 “나를 따라라.” 하고 말씀하셨다. 베드로가 돌아다보았더니 예수의 사랑을 받던 제자가 뒤따라오고 있었다. 그 제자는 만찬 때에 예수의 옆 자리에 앉아 있다가 “주님, 주님을 팔아 넘길 자가 누굽니까?” 하고 묻던 제자였다.
그 제자를 본 베드로가 “주님, 저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하고 예수께 물었다. 예수께서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고 한들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예수를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 제자는 죽지 않으리라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가 죽지 않으리라고 하지는 않으셨고 다만 “설사 내가 돌아올 때 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고 한들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씀하신 것뿐이다. 그 제자는 이 일들을 증언하고 또 글로 기록한 사람이다. 우리는 그의 증언이 참되다는 것을 알고 있다.
# 오늘의 묵상: 증언
오래전 어느 기도에서 나의 어둠은 ‘인내 없음’이라는 것을 보고 철저히 무너졌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든 쉬이 익히고 호기심으로 가득한데, 참고 기다려 숙련되는 일은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제 어둠은 저를 오래도록 힘들게 했고, 때때마다 그런 저를 떠올리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그 기도는 저를 선택에 기로에 설 때 취향이나 흥미를 따라 가는 것 대신, 천천히 느리지만 자리를 지키는 일로 가도록 인도했습니다. 느리지만 지키고 인내하면 어김없이 이전보다 더 맡은 바를 완성하는 경험이 많아 졌습니다. 지켜보는 일, 될 때까지 해 보는 일은 다른 말로 ‘침묵’에 해당합니다. 소리 없이 그 자리를 지키는 일은 ‘무관심’과는 달랐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면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여러 소음에 흔들리지 않아야 가능했습니다.
오늘 어떤 제자, 이름 없는 그 제자가 지켜보는 시선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 속에서 등장하는 그 제자는 침묵합니다. 그리고 자기 몫은 오로지 증언하고 기록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침묵했던 것이 아닐까요. 여러 소음에서 침묵하고 오로지 지켜보면서, “이 일을 증언하고 또 글로 기록”하는 바가 자기가 맡은 일이라고 믿었던 것이 아닐까요.
한 사람의 시선이 스쳐 갑니다.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를 오로지 기억하며 적어 내려가며 묵묵히 자기 몫을 다한 그 제자의 마음을 그려봅니다. 모른 척하고 지나가지만 끝까지 복음을 적어 내려간 그 제자의 시선은 고스란히 이 복음을 생동감 있게 만듭니다.
# 오늘의 기도
주님, 제가 침묵하게 하소서.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게 하소서. 맡은 바 자리에서 도망가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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