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씀

제목10월 26일(목)2023-10-26 08:45
작성자 Level 10

루가 12:49-53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이 불이 이미 타올랐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 내가 받아야 할 세례가 있다. 이 일을 다 겪어낼 때까지는 내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모른다. 내가 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려고 온 줄로 아느냐? 아니다. 사실은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한 가정에 다섯 식구가 있다면 이제부터는 세 사람이 두 사람을 반대하고 두 사람이 세 사람을 반대하여 갈라지게 될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반대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반대할 것이며 어머니가 딸을 반대하고 딸이 어머니를 반대할 것이며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반대하고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반대하여 갈라질 것이다.”


***

오늘의 묵상: 용기 있는 삶


싸늘한 가을밤, 깜깜한 운동장에 중학교 남학생들과 함께 서 있었습니다. 저 높은 건물 옥상에서 제법 큰 불꽃이 내려와 미리 쌓아 둔 장작더미를 태워 금세 운동장은 환해집니다. 이런 불꽃놀이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녀석들의 얼굴은 한없이 해맑고 담임 교사인 저도 덩달아 마음이 맑아집니다. 녀석들이 장작더미에 촛불을 붙이고 각자 손에 들고 있노라니 그 예쁜 얼굴들은 더 환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직 앳되어 볼이 빨갛고 우유 살이 있는 한명한명의 아이들. 참 예쁩니다. 그날 밤 아이들과 늦은 시간까지 깊은 고민을 나눴고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하지만 참 미안했습니다. 


며칠 후, 학교를 그만두기로 예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녀석들이 순간 순간 감성적으로는 예뻤지만 진정 어우러지지 못하는 자에게 교직은 버거웠습니다. 게으르고 세심하지 못했습니다. 더 진솔하게는, 세상의 기준으로 그럴싸한 모습이 되는데 에너지를 더 쏟고 싶었습니다. 결국 추구하는 가치는 마음속에 품고 있으나 이에 반하는 세상의 욕구가 늘 솟구쳤고 이를 진정시키고 제대로 직면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에서 버림받고 불결하다고 여겨지는 불가촉 천민들과 함께 하신 친구였습니다. 세상의 잣대와 시선 때문에 기죽어 지내며 어둠에 묻혀 있던 사람들에게 예수님의말씀과 행보는 어떻게 느껴졌을까요. 파격적인 용기, 곧 불길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는 잠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타오르는 불길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온유와 겸손을 거짓 핑계 삼아 세상과 타협하려는 게으른 유혹을 늘 마주합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의 제자이기를 자처하기에 세상의 기준을 넘어설 수 있는 용기, 곧 예수님이 고대하신 그 불길을 주저하지 않고 지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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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하느님, 하느님의 말씀을 지켜 낼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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