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 13:1-9
바로 그 때 어떤 사람들이 예수께 와서 빌라도가 희생물을 드리던 갈릴래아 사람들을 학살하여 그 흘린 피가 제물에 물들었다는 이야기를 일러 드렸다. 예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죄가 많아서 그런 변을 당한 줄 아느냐? 아니다. 잘 들어라.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 다. 또 실로암 탑이 무너질 때 깔려 죽은 열여덟 사람은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죄가 많은 사람들인 줄 아느냐? 아니다. 잘 들어라.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망할 것이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어놓았다. 그 나무에 열매가 열렸나 하고 가보았지만 열매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포도원지기에게 ‘내가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따볼까 하고 벌써 삼 년째나 여기 왔으나 열매가 달린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 니 아예 잘라버려라. 쓸데없이 땅만 썩일 필요가 어디 있겠느냐?’ 하였다.
그러자 포도원지기는 ‘주인님, 이 나무를 금년 한 해만 더 그냥 두십시오. 그 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다음 철에 열매를 맺을지도 모릅니다. 만일 그 때 가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베어버리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 오늘의 묵상: 회개, 하느님께서 주신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6년 전,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운전을 멈추고 갓길에 차를 세운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휴직했습니다.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가 숨이 차서 벤치에 앉아 있는데, 봄 햇살과 파란 하늘 사이로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느님, 저 나무처럼 튼튼하고 싶습니다.’그리고 공원을 천천히 걷는 할머니를 보며’저 할머니의 걸음으로 이 공원을 한 바퀴 돌 수 있다면 어떤 욕심도 내지 않겠습니다.’ 저의 기도는 간단해졌습니다. 한편으론, 홍수가 지나간 하천에 떠 있는 쓰레기처럼 미운 사람, 못마땅한 지나간 일, 장래에 대한 걱정이 제 마음에 가득했습니다. 이러한 제 심정을 아내에게 전했습니다.
아내는’하느님이 미움, 불만, 걱정을 모두 보자기 에 싸서 가져가주세요’라고 기도하자고 했습니다. 평소 찾아뵙던 수녀님께서는 마음에 가장 붙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내려놓으라고 하셨습니다. 돌아보니, 그동안 붙들고 지내온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건강은 긴 시간을 두고 아주 천천히 회복되었습니다. 주위 지인들은 당시 건강을 회복한 방법을 제게 묻곤 합니다.
아마 병원이나 의약품에 관한 답을 기대하는 것 같아 작은 웃음으로 답을 대신합니다. 그리고’제 안에 쌓여온 미움과 걱정을 하느님께서 가져가 주셨고 그 은총 가운데 주님께서 주신, 본래 제 모습으로 조금이나마 돌아갈 수 있었다’ 고 생각합니다.
6년 전 운전 중에 있었던 불편한 상황이 올해 여름, 다시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그 공원에 우뚝 서 있는 나무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때처럼 크게 상심하지는 않습니다. 겸손히 회개하며 하느님께 돌아가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오늘의 기도
사랑의 하느님, 과거의 분노도 미래의 불안도 모두 하느님께 맡기고 오늘 이 순간을 회개하고 순종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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