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 21:5-11
사람들이 아름다운 돌과 예물로 화려하게 꾸며진 성전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그 때에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너희가 성전을 바라 보고 있지만 저 돌들이 어느 하나도 자리에 그대로 얹혀 있지 못하고 다 무너지고 말 날이 올 것이다.”
그들이 “선생님, 그런 일이 언제 일어나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날 즈음해서 어떤 징조가 나타나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내 이름을 내세우며 나타나서 ‘내가 바로 그리스도다!’ 혹은 ‘때가 왔다!’ 하고 떠들더라도 속지 않도록 조심하고 그들을 따라가지 마라.
또 전쟁과 반란의 소문을 듣더라도 두려워하지 마라. 그런 일이 반드시 먼저 일어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끝 날이 곧 오는 것은 아니다.” 예수께서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씀 하셨다. “한 민족이 일어나 딴 민족을 치고 한 나라가 일어나 딴 나라를 칠 것이며 곳곳에 무서운 지진이 일어나고 또 기근과 전염병도 휩쓸 것이며 하늘에서는 무서운 일들과 굉장한 징조들이 나타날 것이다.
# 오늘의 묵상: 하느님이 주신 아름다운 성전
불면증이 있고 잠귀가 밝은 사람은 야간 소음에 민감합니다. 이른 새벽에 아파트 쓰레기를 치우는 트럭 소리가 제가 사는 9층까지 올라오곤 합니다. ‘트럭이 뒤로 갈 때 벨소리라도 좀 내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트럭이 후진할 때 사고를 막기 위한 경고음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속마음은 영 불편합니다. 또한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는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빈 병들이 부딪치고 종이상자가 쌓이면서 내는 소음도 내심 못마땅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아침 산책길에 아파트 단지에서 흡연이 허용된 구역을 우연히 가로질러 가게 되었습니다. 매캐한 담배 연기에 불현듯 ‘흡연구역 바 로 옆 동에 사는 주민들은 베란다 문을 마음 편히 열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는 금요일 저녁이 주말을 앞둔 즐거운 시간이지만 재활용 쓰레기를 모으는 곳의 인접 주민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곤혹스러운 시간일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새벽마다 쓰레기 차량의 소음과 냄새를 참아 왔을 저층에 사는 이웃들의 난처함을 새롭게 보게 됩니다. 저의 무탈한 일 상이 그동안 무심히 마주쳐 온 주민들의 작은 희생 덕분이라는 생각에 이르니, 감사함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렇듯 작은 아파트 단지에 어우러져 사는 데도 다소의 불편을 기꺼이 감내하고 서로 양보해야 하는데, 하느님이 주신 아름다운 성전, 곧 이 세상이 무너지지 않고 보존되어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묵상해 봅니다. 그리고 이웃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고 진정으로 나누어 주신 예수님의 그 길에 다다르게 됩니다.
# 오늘의 기도
사랑의 하느님, 주께서 주신 아름다운 이 세상과 진리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도록 지혜와 은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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