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18:12-14
“너희의 생각은 어떠하냐? 어떤 사람에게 양 백 마리가 있었는데 그 중의 한 마리가 길을 잃었다고 하자. 그 사람은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그대로 둔 채 그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지 않겠느냐?
나는 분명히 말한다. 그 양을 찾게 되면 그는 길을 잃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오히려 그 한 마리 양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이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도 망하는 것을 원하시지 않는다.”
# 오늘의 묵상: 이름 없는 아흔아홉 마리 양
오늘 본문 말씀을 묵상하면서 길 잃은 양 한 마리보다 길을 잃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의 양에게 계속 마음이 쓰였습니다. 무리 안에서 큰 문제 없이 늘 그 자리에서 주인의 인도를 잘 따르는 아흔아홉 마리의 양들, 저를 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조용히 할 일 하는 저보다 어쩌다 한 번 잘하는 동생이 늘 칭찬받고는 했었습니다.
며칠 전 반 아이들을 데리고 바깥 놀이를 가면서 평소 잘 넘어지는 아이를 제 옆에 두고 손을 잡았습니다. 그랬더니 나머지 아이들이 자기들도 선생님 짝을 하겠다며 성화였습니다. 이번에 또 넘어져 다칠까 봐 걱정돼서 선생님이 손을 잡는 거라고 했더니 한 아이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나 내일부터 넘어지는 연습할 거야.”라고 말하는데 가슴이 쿵 했습니다.
그래서 곧 바로 그 아이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자기를 힘들게 해서라도 관심받고 싶은 마음, 교사로서 차별하는 건 아닌데 아이로서는 속상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잘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아무래도 손길이나 눈길이 덜 가기도 하고, 계속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기도 합니다.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눈에 띄지도 않는, 이름이 있지만 이름 없이, 빛도 명예도 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자기의 일을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세상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게 아닐까 합니다. 말씀을 묵상하며 “저도 여기 있어요.”라고 괜히 투정을 부려보았는데요, 하느님께서는 길 잃은 한 마리 양 뿐 아니라 자기 자리를 지키는 아흔아홉 마리의 양도 하나 하나 다 사랑하심을 믿습니다.
# 오늘의 기도
세상은 주목하지 않아도 주님께서는 각 사람 모두에게 똑같이 은혜를 내려주시니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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