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 5:33-39
이 말씀을 듣고 그들이 “요한의 제자들은 물론이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제자들까지도 자주 단식하며 기도하는데 어찌하여 당신의 제자들은 먹고 마시기만 합니까?” 하며 따지자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희는 잔칫집에 온 신랑의 친구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도 그들을 단식 하게 할 수 있겠느냐? 이제 때가 오면 신랑을 빼앗길 것이니 그 때에는 그들도 단식을 할 것이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새 옷에서 조각을 찢어내어 헌 옷을 깁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새 옷을 못 쓰게 만들 뿐만 아니라 새 옷 조각이 헌 옷에 어울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새 술을 헌 가죽 부대에 담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릴 것이니 포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는 못쓰게 된다. 그러므로 새 포 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한다. 또 묵은 포도주를 마셔본 사람은 ‘묵은 것이 더 좋다.’ 하면서 새 것을 마시려 하지 않는다.”
# 오늘의 묵상: 누구의 편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구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그 새 술과 새 부대에 가 닿지 못합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단식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자꾸 제 자신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지만, 지난 겨울 우리나라는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국민의 입과 귀를 막으려는 시도 속에서, 신앙의 자유조차 위협 받았습니다. 그 속에서 가장 두려웠던 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비굴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억압과 불의 앞에서 저는 과연 당당할 수 있을까. 예수님의 이름을 내세워 왜곡된 주장을 하는 사람들 앞에서, 침묵과 외면밖에 하지 못하는 제 모습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더 솔직히, 오늘 본문처럼 권력의 편에 서서 비난하고 야유하는 일이 오히려 더 편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습니다. 작은 응원봉을 흔들고, 노래를 부르며, 두려움을 이겨내려 애썼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제는 비굴하고 비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어떠한 시련이 와도 비난하는 이들의 편이 아니라, 진리의 편에 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주님과 함께, 비굴함이 아닌 담대함으로 살아가며, 새로운 삶을 담을 수 있는 새 부대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 오늘의 기도
주님, 두려움과 침묵을 떨쳐내고, 진리의 편에 서는 용기를 제게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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