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 9:1-6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를 한자리에 불러 모든 마귀를 제어하는 권세와 병을 고치는 능력을 주셨다. 그리고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병자를 고쳐주라고 보내시면서 이렇게 분부하셨다.
“길을 떠날 때 아무것도 지니지 마라. 지팡이나 식량 자루나 빵이나 돈은 물론, 여벌 내의도 가지고 다니지 마라.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그곳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 있어라. 그러나 누구든지 너희를 환영하지 않거든 그 동네를 떠나라. 떠날 때에는 그들에게 경고하는 표시로 발에 묻은 먼지를 털어버려라.” 열두 제자는 길을 떠나 여러 마을을 두루 다니며 이르는 곳마다 복음을 선포하고 병자를 고쳐주었다.
# 오늘의 묵상: 내 모습 그대로
무언가를 많이 할 줄 알고, 많이 알고, 많이 가져야만 하느님의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재능과 능력을 가지고 교회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초라한 제안을 채우기 위해 많은 것들을 제 안에 우겨넣곤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하느님이 말을 걸어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네 마음속에 너무 많은 것들이 있어서 내가 있을 곳이 없구나.”
길을 떠날 때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는 것은 나를 포장하는 어떤 것도 지니지 말라는 것이겠지요. 하느님께서 주신 태초의 나, 참된 나의 모습으로 길을 떠나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러 떠나는 그 길에 혹시나 필요하지 않을까, 이것저것 그득그득 챙겨두었던 많은 것들이 오히려 하느님께서 지으신 제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의 본질을 잊어버리게 만든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없이 길을 떠나는 것은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날것의 제 모습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하느님께서 이 작고 초라한 ‘날것의 나’ 마저도 사랑하시고 쓰신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그 초라한 나의 모습을 나도 사랑하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을 비운 그 자리에 하느님께서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 오늘의 기도
당신께서 빚어주신 참된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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