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8:34-9:1
예수께서 군중과 제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놓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제 목숨을 살리려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릴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는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사람이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 절개 없고 죄 많은 이 세대에서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거룩한 천사들을 거느리고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여기 서 있는 사람들 중에 는 죽기 전에 하느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오는 것을 볼 사람들도 있다.”
# 오늘의 묵상: 십자가
오래전 이른 봄. 스스로 마음을 추스를 수 없어 휴가를 떠났습니다. 비가 내려 우산을 쓰고 배에서 호수 주변 언덕 위의 예쁜 집들과 마을들을 구경 하며 올려다보는데 커다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 뿌연 안개를 뚫고 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얀 피부의 예수님이 알몸으로 차가운 비를 맞고 처연하게 고개를 숙이고 서 계셨습니다. 너무 놀라 마음 안에 ‘쿵’ 소리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멀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 지켜보았습니다. 바로 그 예수님의 모습 속에 나의 모습이 함께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놀랍게 느껴졌나 봅니다. 일상을 살며 가끔씩 그 예수님이 생각납니다. 모든 걸 다 받아들이시는 그 모습이요. 내 마음에 뿔이 돋아나려 하면 때론 찬비를, 때론 폭염을, 때론 매서운 눈보라를 맞고 서 계실 그분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요즘 성물 판매점에 들려보면 예전엔 나무나 주석 십자가가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은 다양한 재질의 색상과 디자인이 많습니다. 사람들의 선택도 다양합니다. 무겁게만 느껴지는 십자가를 좀 더 밝고 아름답게 표현하여 내 삶의 무게가 주님의 어깨에 나뉘어져 있음을 알려주는 듯 친근합니다. 늘 흔들리고 편치 못한 내 마음에 십자가는 보고 만지며 마음에 평안을 전해 받을 수 있는 성물입니다.
자연의 들짐승들이 지푸라기나 빗물이 몸에 닿으면 온몸을 흔들어 털어내듯, 나도 내 삶의 무게를 그렇게 털어내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털어버릴 수 없는 나는 스스로 기댈 곳을 찾습니다. 그때마다 지금도 찬바람을 맞으며 서 계실 그 예수님을 생각하며 두 손 모으고 눈을 감습니다. 주님께서 나와 함께 지고 계신 십자가의 무게를 제가 조금 더 나누어질 수 있길 기도합니다.
# 오늘의 기도
주님, 제가 스스로 제 십자가의 무게를 잘 감당하도록 저를 보듬어 세워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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