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 12:11
그것을 먹을 때는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 는 지팡이를 잡고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것이 나 야훼에게 드리는 과월절이다.
요한 13:1, 4-5
과월절을 하루 앞두고 예수께서는 이제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실 때가 된 것을 아시고 이 세상에서 사랑하시던 제자들을 더욱 극진히 사랑해 주셨다. 식탁에서 일어나 겉옷 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뒤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차례로 씻고 허리에 두르셨던 수건으로 닦아주셨다.
# 오늘의 묵상: 공동체에는 예식이 필요하다. 예식이 없으면 메시지가 잊혀지고 공동체가 해체되어 버린다.
오늘은 중요한 독서가 셋 있는데, 그것들은 모두 예 식들입니다. 고대 종교들은 공동체 예식의 중요성과 위력 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예식이 없으면, 예식을 통해서 전달 되어야 하는 공동체의 기억을 지킬 수 없고, 이어지는 새 세대에게 공동체가 만들어진 처음 이야기를 새롭게 전달 할 수 없습니다. 예식이 없으면 공동체가 유지하여야 할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식과 무 의식 깊은 영역에서 개인들의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명백하게 말씀하셨습니다.“내가 너희에 게 한 일을 너희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준 것이다(요 한 13:13-20).”예수님께서는 이같은 말씀을 여러 차례 반 복하여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첫 독서인 출애굽기 본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보겠습니다. 유월절 예식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지시합니다.“이 날이 야말로 너희가 기념해야 할 날이니, 너희는 이 날을 야훼 께 올리는 축제일로 삼아 대대로 길이 지키도록 하여라(출 애 12:14).”
유월절 예식의 핵심 부분에 대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 4월의 10번째 날부터 시작되는데, 유대인들은 각 가정마다 작은 양을 한 마리씩 장만합니다. 그 양을 4일 동안 데 리고 있는데, 아이들이 양과 정이 들고, 또 이 어린 양이 얼마나 귀여운지 알게 되는 그 즈음,“저녁 황혼에 그 양 을 도살합니다.”그리고 피를 받아 자기 집 문의 양쪽 기 둥에 뿌립니다. 그 밤 그들은 예식을 드리듯 그 양을 먹는 데, 이집트를 떠날 때와 탈출의 모든 여정에서 하느님께 서 보호하심을 기억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유태인의 동 물 희생제사를 멈추게 하셨는데, 이것은 그만큼 죽일 때 의 정신적 충격이 늘 남아 있게 되었던 문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정신이 역사 속에서 서서히 발전해 왔 음을 발견하게 되는데,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참 으로 죽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 문화인류학자는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희생 본능 의 저변에는, 위대한 것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죽어야 한다는 깊은 성찰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죽여 바치는 인신 희생에서 시작하여 (아브라함과 이사악), 동물의 희생으로, 그 다음에는 진정 희생되어야 할 것, 즉 우리가 가장 아끼는‘자아’의 희생으로 다가가 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아는, 집에서 기르는 작은 양처럼 보호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어지는 그런 소중한 것입니다.
영적 발전을 위하여 진정으로 죽어야 할 것에 이르는 것 을 가로막는 수많은 구실과 핑계들이 가득합니다. 하느님 께서 진정 원하시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집트 인들의 첫째 아들들)도, 짐승들(양과 염소)도,“금요일에 먹는 고기”도 아닙니다. 그것은 진짜 떠나보내야 하는데 살짝살짝 빠져 나가는, 내가 사랑하는‘자아’입니다. 예수님께도 수많은 구실이 있었습니다. 죽기에는 너무 젊었다거나,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거나, 하느님의 아들이기에 살아야 한다거 나 여러 가지 구실들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스스로 유월절 어린 양의 상징이 되 심으로, 또한 오늘 복음서에 나오듯 발 씻기는 하인을 자 처하심으로,“예수님께서는 인류 전체와 우리 각 사람의 진정한 실체에 다가가셨습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입니다. 젊음, 아름다움, 권력, 과잉보호 등 집착하는 것들을 흘러 보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성장할 수 없으며, 하느님과 그분의 사랑이라는 신비를“먹을”만큼 어른이 되지 못합니다.
신앙과 삶이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나아가 는 것이야말로 진정한“과월절”(뛰어 넘음의 절기)입니다. 이것은“이전 낮은 단계의 죽음”이 없이는 일어나지 않습 니다. 이 날은 아주 좋은 예식이 있는 날입니다. 저는 솔직 함의 날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회피해 왔 던 메시지들, 즉 꼭 필요한 희생, 진정한 나눔, 하느님과의 친밀함, 사랑과 섬김 등을 솔직히 직면하는 날입니다.
# 오늘의 기도
주님, 이 거룩한 기도의 밤에, 저는“당신과 한 시간을 보 내렵니다”. 저에게 어떻게 자기 자신을 놓아 보내고, 또 어떻 게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가르쳐 주소서. 빵과 포도주와 노 래와 세족례의 수건 가운데, 당신께서 놓아 보내신 사랑하는 것들을 볼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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