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7:1-11
예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 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의 영광을 드러내 주시어 아들이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께서는 아들에게 모든 사람을 다스릴 권한을 주셨고 따라서 아들은 아버지께서 맡겨 주신 모든 사람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게 되었습니다.
영원한 생명은 곧 참되시고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 아버지를 알고 또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나는 아버지께서 나에게 맡겨 주신 일을 다 하여 세상에서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냈습니다. 아버지, 이제는 나의 영광을 드러내 주십시오. 세상이 있기 전에 아버지 곁에서 내가 누리던 그 영광을 아버지와 같이 누리게 하여 주십시오.”
“나는 아버지께서 세상 사람들 가운데서 뽑아 내게 맡겨 주신 이 사람들에게 아버지를 분명히 알려 주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본래 아버지의 사람들이었지만 내게 맡겨 주셨습니다. 이 사람들은 과연 아버지의 말씀을 잘 지키었습니다. 지금 이 사람들은 나에게 주신 모든 것이 아버지께로부터 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나에게 주신 말씀을 이 사람들에게 전하였습니다. 이 사람들은 그 말씀을 받아 들였고 내가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을 참으로 깨달았으며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었습니다. 나는 이 사람들을 위하여 간구합니다. 세상을 위하여 간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내게 맡기신 이 사람들을 위하여 간구합니다.
이 사람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입니다. 나의 것은 다 아버지의 것이며 아버지의 것은 다 나의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로 말미암아 내 영광이 나타났습니다. 나는 이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돌아가지만 이 사람들은 세상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나에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 사람들을 지켜 주십시오. 그리고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 오늘의 묵상: 아버지의 영광, 예수님의 영광, 그리고 나의 영광
이십여 년 전 인생에 대해 고민이 많던 시절에 세 가지를 놓고 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중 하나는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아버지의 영광”이라는 구절이 마음에 남은 건 그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이제 곧 잡혀 받게 될 고난을 앞두고 올리시는 기도인데 “아버지, 이제는 나의 영광을 드러내 주십시오.”라고 하십니다.
물론 결국 부활하고 승천하셨지만 그 이전에 치르셔야 했던 고난과 십자가 죽음 또한 당신의 영광이라고 하 시는 말씀에 마음이 오래 머물게 됩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해도 여전히 인종차별, 성차별이 존재하고 제가 사는 이 나라는 최근 이 차별의식을 부축이는 목소리가 더 커짐을 느낍니다. 이런 곳에서 동양인 여성 성직자를 바라보는 눈은 매우 다양합니다. 제 겉모습만 보고 ‘정말 사제 맞나? ‘하는 평가절하의 시선도 있고 저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도 ‘대단하다!’하는 과대평가의 시선도 있습니다. 저는 그저 다른 성직자들과 다름없이 제가 받은 성소에 따라 사제의 직분을 다 할 뿐인데 말입니다.
자신들이 가진 선입견과 편견에 따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 불쾌할 필요도 우쭐해질 필요도 없음을 압니다. 그러나 머리로 아는 이 분명한 사실도 가슴이 느끼는 감정을 늘 이기지는 못합니다. 그럴 때 예수께서 기도하며 바라보셨던 그 “아버지의 영광”만 바라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예수께서 고난과 죽음, 부활과 승천을 통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달라고 하신 기도를 기억하길 바랍니다.
제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배신, 억울한 누명, 군인들의 폭력과 조롱 그리고 마침내 십자가 죽음까지. 이 모든 것이 결국 당신의 치욕이 아니라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고 결국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게 해달라는 그분의 기도의 성취였음을 기억하며 제 길을 가겠습니다.
# 오늘의 기도
주 하느님,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제가 감당해야 하는 그 모든 일들을 나의 영광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