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 7:11-17
얼마 뒤에 예수께서 나인이라는 동네로 가시는데 제자들과 많은 사람들도 함께 따라 갔다. 예수께서 성문 가까이 이르렀을 때에 마침 죽은 사람을 메고 나오는 장례 행렬과 마주치시게 되었다. 죽은 사람은 어떤 과부의 외아들이었고 동네 사람들이 큰 떼를 지어 과부와 함께 상여를 따라 오고 있었다.
주께서는 그 과부를 보시고 측은한 마음이 드시어 “울지 말라.”하고 위로하시며 앞으로 다가서서 상여에 손을 대시자 메고 가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때 예수께서 “젊은이여, 일어나라.”하고 명령하셨다. 그랬더니 죽었던 젊은이가 벌떡 일어나 앉으며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예수께서는 그를 그 어머니에게 돌려주셨다.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사로잡혀 하느님을 찬양하며 “우리 가운데 위대한 예언자가 나타나셨다.”고 말하기도 하였고 또 “하느님께서 자기 백성을 찾아와 주셨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예수의 이 이야기가 온 유다와 그 근방에 두루 퍼져 나갔다.
# 오늘의 묵상: 두 어머니와 아들
과부 어머니를 홀로 두고 떠난 한 젊은이의 장례 행렬이 슬프고 애달픕니다. 많은 동네 사람들이 깊이 애도하며 상여 뒤를 따릅니다. 그는 평소 성실하고 평판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를 매우 측은히 여기신 예수님의 한 말씀으로 모두가 절망에 빠져 비감했던 장면은 환한 희망과 기쁨의 현장으로 바뀝니다.
의료원 호스피스 봉사 활동으로 환우 방문과 미용 봉사를 하던 때입니다. 잡으면 바스라질 듯 마르고 작은 체구의 할머니는 왼쪽 손목의 묵주가 너무 헐거워 곧 빠질 듯했습니다. 외롭게 홀로 선 자작나무처럼 키가 큰 40대로 보이는 청년이 늘 곁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평온하게 두 사람은 별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얼마 후 작은 체구 할머니의 영면을 위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몇 년 후 병원에서 다시 만난 자작나무 청년은 전보다 더 마르고 말간 모습으로 헐거운 환자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얼마 되지 않아 자신에게도 못된 병이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자작나무 청년은 조금씩 멀어져 가는 엄마와 자신의 삶의 조각들을 조금씩 꺼내 주었습니다. 가끔은 새 계절 과일과 멋을 부리며 즐겼던 커피맛을 그리워했습니다. 터질까 조심히 싸 온 연시를 맛보며 가을의 기억을 나눠 주었고 우리는 특별한 친구가 되어 갔습니다.
봄비에 겨울 먼지를 다 씻어낸 듯 말갛게 목욕 봉사를 받은 청년이 저에게 이발을 부탁했습니다. 전보다 광대가 더 도드라져 볼이 더 깊어 보였습니다. 몇 벌의 옷 중에서 외출용 셔츠를 골라 입었습니다. “마땅히 변변한 사진이 없어서 영정사진 찍으러 가려고요.” 왼쪽 팔목에는 어머니의 그 묵주가 여전히 헐거웠습니다. 자작나무 친구가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혜화동의 무연고자 호스피스 병동으로 갔다는 소식을 나중에 들었습니다.
# 오늘의 기도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측은히 여기시는 주님! 주님의 한 말씀이 그들을 위한 위로와 희망이 될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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